차익거래의 뜻 — 두 값을 하나로 붙이는 힘
같은 물건이 서울에서 100원, 부산에서 110원이라고 해 봅니다(설명을 위해 지어낸 숫자입니다). 서울에서 사서 부산에서 팔면 10원이 남습니다. 이런 사람이 많아지면 서울에서는 사는 주문이 몰려 값이 오르고, 부산에서는 파는 주문이 몰려 값이 내립니다. 두 값은 서로 다가갑니다. 이것이 차익거래입니다.
여기서 중요한 것은 물건을 서울에서 부산으로 옮길 수 있느냐입니다. 옮기는 데 드는 시간·비용·한도가 차이보다 크면 아무도 옮기지 않고, 차이는 그대로 남습니다. 주식고가 보여 주는 ‘같은 것의 두 값’도 모두 이 잣대로 읽을 수 있습니다.
위 식은 셈하는 공식이 아니라 생각하는 틀입니다. 세 가지가 모두 작은 곳에서는 차이가 작고, 하나라도 큰 곳에서는 차이가 커집니다.
ETF — 설정·환매로 괴리가 작게 유지된다
ETF 에는 두 시장이 있습니다. 우리가 증권 앱으로 사고파는 유통시장과, ETF 를 새로 만들거나(설정) 없애는(환매) 발행시장입니다. 한국거래소는 설정·환매를 대개 기관투자자가 신청하고, 지정참가회사(AP)로 지정된 증권사가 그 창구가 된다고 설명합니다.
- CU(설정 단위) — 설정·환매는 정해진 묶음으로만 합니다. 미래에셋자산운용 안내는 1CU 가 ETF 마다 1만 주, 2만 주, 10만 주 등으로 정해져 있다고 적습니다.
- PDF(자산 구성 내역) — 설정할 때는 PDF 에 적힌 주식 바구니를 내고, 환매할 때는 그 바구니를 받습니다. 주식형 ETF 는 현금이 아니라 주식 그대로 주고받는 것이 기본입니다.
이 길이 차익거래의 통로입니다. ETF 시장가격이 순자산가치(NAV)보다 비싸면, 바구니 주식을 사서 운용사에 내고 새 ETF 를 받아 시장에서 팔 수 있습니다. ETF 가 늘어나며 값이 NAV 쪽으로 붙습니다. 싸면 반대로 시장에서 ETF 를 사서 환매하고, 받은 주식을 팔 수 있습니다. 바구니 주식이 서울 시장에 있고 같은 시간에 거래되므로 옮기는 시간이 거의 없습니다.
장중에는 LP(유동성공급자)가 한 번 더 붙잡습니다. 미래에셋자산운용 안내는 LP 가 일정 호가 범위 안에서 사는 쪽·파는 쪽 물량을 대야 한다고 적습니다. 그래도 벌어지면 거래소가 나섭니다. 2026년 8월 19일부터 증권사가 지켜야 할 종가 기준 괴리율 관리 범위가 국내 상품 3% → 2%, 해외 상품 6% → 5% 로 낮아졌다고 보도됐습니다. NAV 가 무엇인지는 ETF NAV(순자산가치)란에, 괴리율 셈법은 ETF 괴리율이란에 있습니다.
실제 값 — 2026년 10월 29일 공시
| 상품 | 10월 29일 종가 | 10월 29일 NAV | 공시 괴리율 | 우리 셈 |
|---|---|---|---|---|
| KODEX 200 | 94,465 | 94,487.60 | −0.02% | −0.024% |
| TIGER 미국S&P500 | 25,575 | 25,638.74 | −0.25% | −0.249% |
코스피 200 을 담은 상품은 NAV 와 0.03% 안에 붙어 있었습니다. 미국 지수를 담은 상품은 0.25% 떨어져 있었습니다. 바구니 주식이 미국에 있어 우리 낮에는 그 시장이 닫혀 있고, 옮기는 데 시차가 낀다는 것이 흔한 설명입니다. 그날의 0.25% 가 모두 그 몫인지는 주식고가 나눠 보지 않았습니다. 그 시차 이야기는 서학프리미엄이란에 있습니다.
ADR — 원주 전환이 열려 있어야 붙는다
ADR(미국 예탁증권)은 한국 회사 주식을 미국에서 달러로 사고팔게 만든 증서입니다. 원주와 ADR 을 서로 바꿀 수 있으면, 비싼 쪽을 팔고 싼 쪽을 사서 바꿔 오는 길이 생겨 두 값이 붙습니다. 오래 상장된 ADR 대부분이 서울 값과 거의 같은 까닭입니다. 계산법은 ADR 프리미엄이란에 있습니다.
그런데 이 길에는 시간·절차·한도가 있습니다. SK하이닉스는 2026년 7월 29일 실적 발표 자리에서 7월 30일부터 ADR 을 원주로 바꾸는 것은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. 반대로 원주를 ADR 로 바꾸는 쪽은 발행사가 규제상 신고 절차를 밟아야 할 수 있어 통상 수 주 이상 걸릴 것으로 본다고 했고, ADR 전환 한도는 원주 기준 1,779만 주로 정해져 있다고 했습니다.
ADR 이 비쌀 때 값을 붙이려면 서울에서 원주를 사서 ADR 로 바꿔 미국에서 팔아야 합니다. 바로 그 방향이 느리고 양이 정해져 있습니다. 7월 말 보도는 금융당국이 원주의 ADR 전환을 전면 허용할지, 요건을 두고 제한적으로 허용할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. 그 뒤 바뀌었는지는 주식고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.
코인 김프 — 송금 한도와 트래블룰이 길을 좁힌다
김프(김치 프리미엄)는 국내 거래소의 코인 원화 값이 해외 거래소 값을 원화로 바꾼 것보다 몇 % 비싼지입니다. 계산은 ADR 프리미엄과 같은 꼴입니다.
2026년 11월 1일 새벽 1시 19분에 우리가 받은 값입니다. 업비트 비트코인 104,435,000원, 바이낸스 비트코인 77,629.85달러(USDT), 환율은 그때 가장 새 하나은행 고시(10월 31일 오전 6시 2분) 1,335.80원입니다.
( 104,435,000 ÷ 103,697,954 − 1 ) × 100 = +0.71%
같은 순간 업비트의 USDT(달러에 값을 맞춘 코인) 값은 1,347원으로 은행 고시보다 0.84% 비쌌습니다. 1,347원으로 나누면 김프는 −0.13% 입니다. 차이 대부분이 비트코인이 아니라 국내에서 사고파는 ‘코인 달러’의 값에 있었다는 뜻입니다. 어느 환율로 나누느냐에 따라 김프 숫자가 달라지므로, 김프를 볼 때는 무엇으로 나눴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. 환율 이야기는 환율이 원화 수익률을 어떻게 바꾸나에 있습니다.
왜 김프는 오래 남을 수 있나
김프가 클 때 값을 붙이려면 해외에서 코인을 사서 국내로 옮겨 원화로 팔고, 그 원화를 다시 해외로 보내 같은 일을 되풀이해야 합니다. 이 고리의 두 군데가 좁습니다.
- 원화를 해외로 보내는 길 — 증빙 없이 해외로 보낼 수 있는 돈은 2026년부터 업권 구분 없이 1인 연 10만 달러로 합쳐졌고, 한국은행과 만든 해외송금 통합관리시스템이 모든 기관의 송금을 합쳐 셉니다. 2021년 4월 김프가 크게 벌어졌을 때는 일부 은행이 환치기로 의심되는 송금을 거절하라는 공문을 영업점에 보냈다고 보도됐습니다.
- 코인을 국내로 옮기는 길 — 2022년 3월 25일부터 100만 원 이상의 가상자산을 다른 사업자로 옮길 때는 보내는 사람·받는 사람 정보를 함께 넘겨야 합니다(트래블룰). 해외 사업자로의 이전은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같다고 확인되는 경우 등으로만 허용돼 왔습니다.
이 길은 더 좁아집니다. 2026년 8월 11일 국무회의를 거친 특정금융정보법 시행령 개정으로 트래블룰의 금액 기준이 없어져 2027년 2월 20일부터 금액과 관계없이 모든 이전에 적용된다고 보도됐습니다. 저위험 해외 거래소와의 거래는 허용되고, 그 밖의 해외 거래소·개인지갑은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같을 때만, 고위험 해외 거래소와는 거래가 금지된다고 전해졌습니다. 거래소마다 따로 두는 입출금 규칙은 주식고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.
코인 쪽 차익거래가 실제로 어떻게 막히는지는 김프를 다루는 자매 사이트 김프고의 김프 차익거래가 실제로는 어려운 이유에, 해외 거래소로 코인을 옮길 때의 절차는 트래블룰과 해외 거래소 이전에 더 자세히 있습니다. 지금 김프는 김프고 첫 화면에서 볼 수 있습니다.
세 가지를 한 표로
| ETF 괴리 | ADR 프리미엄 | 코인 김프 | |
|---|---|---|---|
| 값을 옮기는 길 | 설정·환매(AP), 장중 호가(LP) | 원주 ↔ ADR 전환 | 코인 이전 + 해외 송금 |
| 걸리는 시간 | 국내 주식 바구니는 같은 시간대 | 원주 → ADR 은 수 주 이상일 수 있음(SK하이닉스) | 거래소 확인 절차 + 송금 절차 |
| 양의 한도 | CU 단위로만 | 전환 한도(SK하이닉스 원주 1,779만 주) | 무증빙 송금 연 10만 달러 |
| 지키는 쪽 | 거래소 괴리율 관리 범위 2%·5% | 주식고가 확인한 장치 없음 | 주식고가 확인한 장치 없음 |
| 우리가 본 값 | KODEX 200 −0.02%(10월 29일) | — | +0.71%(11월 1일 01:19) |
개인에게 차익거래가 열려 있나
ETF 설정·환매는 CU 단위라 금액이 큽니다. 미래에셋자산운용 안내는 1CU 가 금액으로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이라고 적고, 한국거래소도 신청은 대개 기관투자자가 한다고 적습니다. 개인은 유통시장에서 사고팔 뿐입니다. ADR 은 원주를 ADR 로 바꾸는 쪽이 절차·한도에 묶여 있습니다. 코인은 송금 한도와 이전 규칙 안에서만 움직일 수 있고, 옮기는 사이 값이 움직입니다. 수수료·세금·환전 비용도 듭니다. 차이가 보인다는 것과 그 차이를 손에 쥘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.
이 값들의 한계
두 값은 같은 시각이 아닙니다. 김프는 일요일 새벽 한 순간의 값이고, ETF 괴리율은 10월 29일 장 마감 공시입니다. 주말이라 국내 장이 닫혀 같은 분에 맞출 수 없었습니다. 환율도 주말이라 10월 31일 오전 고시가 가장 새것이었습니다.
시세는 주식고가 만든 값이 아닙니다. 비트코인 값은 업비트·바이낸스, 환율은 하나은행 고시(네이버 금융), ETF 종가·NAV·공시 괴리율은 네이버 금융에서 받았고 나눗셈만 우리가 했습니다. ETF 는 애프터마켓 대상이 아니라 정규장 종가와 같습니다.
제도는 바뀝니다. 송금 한도·트래블룰·ADR 전환 규칙은 이 글을 쓴 달에 확인한 것입니다. 특히 트래블룰은 2027년 2월에 달라진다고 보도됐습니다. 지금도 같은지는 금융위원회·기획재정부 발표와 거래소 공지로 확인하셔야 합니다.
차이가 어느 쪽으로 움직일지는 말하지 않습니다. 이 글은 왜 어떤 차이는 금방 닫히고 어떤 차이는 남는지, 그 길이 어떻게 생겼는지만 적습니다.